민정: 저는 동민님이랑 중간에 들어왔는데 그때는 아직 석사 과정을 밟고 있던 중이었어요. 아무래도 대학원의 발제문이라든가, 연구문은 비평이랑 좀 거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분들과 같이 동시대 작가들 작가 비평도 쓰고, 전시 비평도 쓰면서 글 쓰는 훈련을 하자, 좋은 훈련이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참여했어요. 지금까지 한 대여섯 편 정도 글을 발행해 온 것 같은데, 쓰면서 글 쓰는 훈련도 당연히 됐고 다른 선생님들 글 읽으면서 배운 점도 되게 많았어요. 그런데 수료를 하고, 하반기 일정이 많아지면서 올해 에포케 레테에 계속 있고 싶긴 하지만 발행 일정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도 됩니다.
은총: 저희가 처음에 시작했을 때랑은 상황이 달라졌으니까 진짜 딱 그 고민이 드는 시기가 맞는 것 같아요.
동민: 저도 민정님이랑 비슷하게, 이미 썼던 글들이 아깝기도 하고, 어쨌든 어딘가 게재되는 게 좀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그쯤에 따로 블로그라도 해볼까, 아니면 브런치에라도 글을 올려볼까? 하면서 이걸 공개하고 싶은 마음이 컸었어요. 지금은 이제 수료도 하고 저도 일을 하게 되면서 생각이 조금씩 바뀌고는 있는 것 같아요.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비평을 되게 좋아하고 계속 쓰고 싶은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일을 계속하더라도 비평은 계속 쓰고 싶다는 생각이 일하면서 오히려 강해져서, 사실은 이 모임이 지속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좀 많이 하긴 했어요. 그리고 저는 우리끼리 뭔가 의견을 주고받고 글에 대한 피드백도 하고 하는 시간이 좋았거든요. 사실 후반기에 가서 개인당 한 편씩 글을 작성하면서 회의가 드물었잖아요. 그게 엄청 아쉽긴 했었어요.
문희: 저는 사실 에포케 레테로 프로젝트를 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긴 했었거든요. 근데 프로젝트성으로 하기에는 저희가 쓰는 글의 결 같은 것들이 다르고, 관심사도 많이 다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지금의 글 발행의 형태로 충분히 만족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에포케 레테에서 쓰는 글들은 어떻게 보면 진짜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이다 보니까 저는 계속하고 싶은 마음은 있고요. 초반이랑은 다르게 이게 어떤 방식이든 프로젝트로 이어지지 않아도 저는 괜찮아요. 그냥 이 정도의 느슨한 강제성 정도만 있어도 저한테는 의미가 좀 있는 것 같아서 좋습니다.
예린: 처음에는 많은 문제의식들을 가지고 글을 쓰고, 그리고 그렇게 뻗어나가는 관심사들도 같이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돼서 굉장히 좋았어요. 뭔가를 깊이 파고들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인풋이 필요하고,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얘기하다 보면 나오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것들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되게 저한테는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은데, 교류가 적어지면서 내가 뭐에 관심이 있었고 어떤 것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지 찾아내는 게 사실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서로의 관심사가 같지는 않지만, 다들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까 프로젝트 베이스로 끌고 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동력을 얻게 되는 계기가 수익 사업 같은 게 되기도 하잖아요. 정말 금전적인 수익을 내는 게 아니라, 출판사를 운영한다든지 해서 어떤 다른 이점을 낼 수 있는 뭔가를 할 때 더 유지가 될 수 있다고도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각자 다 하는 일들이 바쁘니까 어떻게 운영이 될지, 이런 것들도 좀 문제가 있을 것 같고…. 그래서 답은 나진 않았지만, 이런저런 고민을 했습니다.
하린: 제 초기의 목적은 그러니까, 저는 제가 (이 안에서) 비평이랑 조금 안 맞는다고 생각하곤 했거든요. 약간 동시대 미술에 대한 관심이 조금 적다고 해야 하나. 그래가지고 어떻게 보면 다른 분들이 지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작가라든가, 어떤 현장의 모습을 통해서 지금의 미술 현장의 맥락을 파악하는 데 크게 도움을 받았던 것 같아요. 현실적으로 저희가 오프라인 모임이라든가, 아니면 이전처럼 뭔가 발제를 한다거나 그렇게 촘촘한 방식으로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에포케 레테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편이긴 해요.
초림: 몇 해 전부터 주위에 가까운 친구들한테는 얘기했지만, (에포케 레테에서) 프로젝트성 있게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공모에 기획을 해서 낸다든지 하면 저는 당연히 하고 싶었거든요. 물론 제가 비단 손을 들고 하지는 못했지만요.
은총: 이야기를 들으면서 에포케 레테를 그리는 모습이 다들 비슷한 면도 있지만 조금씩 다른 면도 있고, 저는 근데 그게 되게 재밌다고 생각이 들었거든요. 실체 없는 모임 같은 느낌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