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후 7월 5일 오후 2시 수건과 화환에서 에포케 레테의 전시 연계 워크숍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덴탈 크리틱》을 제안받으며, 에포케 레테는 전시를 위해 모인 비평 단체들의 비평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고, 우리와 어떻게 다른지 고민했다. 그 고민은 배타적 구분이 아닌, 에포케 레테만의 ‘다름’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중 우리는 가장 가시적인 ‘다름’으로 메일링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에포케 레테(epoché rete)는 2023년부터 격주로 발간 중인 미술 비평 뉴스레터이다. ‘정지, 중지, 보류’를 의미하는 에포케(epoché)와 그물망을 뜻하는 라틴어 레테(rete)를 결합한 명칭은 비평적 사유를 위한 '보류의 네트워크'를 상징한다. 에포케 레테는 특정 주제나 형식을 두지 않는다. 각 필진은 자유롭게 비평을 작성하고, 그 과정에서 필진들이 피드백 회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비평적 사유가 충돌하고 융합하는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 원고는 모든 논의를 마친 후 메일로 발송되며, 웹페이지에 한번 더 업로드된다. 이는 에포케 레테가 메일링 서비스를 넘어 개인의 문제의식이 갈등하여 만들어가는 공동체적 존재방식이다.
돌이켜보면, 에포케 레테는 비평이란 제도에 부합하지 않은 인물들이 수요 없는 공급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다. 그렇게 발송한 비평 레터는 독자에게 우리 글을 한번 읽어달라며 문을 두드리는 것과 같았다. 수신자의 동의 없이 대량 발송되는 스팸메일에 비평을 빗대어 말하는 일은 어쩌면 과도하게 자조적인 비유일 수 있다. 그러나 정보를 복사하고 메일함에 침투하여 소비자의 환심을 사려는 스팸메일은 비평과 어딘가 닮아 있다. 여기서 레터 발행과 웹페이지를 동시에 운영하는 에포케 레테는 일시적인 뉴스 레터(스팸메일)와 영구적인 아카이브(비평) 사이에 흐릿하게 자리한다. 이 위치에서 에포케 레테는 스팸메일의 의미를 비평의 문제와 연결시킬 수 있으리라 기대했으며, 비평이 언제 의미를 얻고 신뢰를 잃는지 연구해보기로 했다. 8인의 필진은 스팸메일과 비평의 유사점을 다음과 같이 분석한다.
1. 필터링 시스템: 필터링 시스템에 의해 분류/차단되는 스팸과 비평 사이에서 네트워크로서의 비평 가능성을 발견한다.
2. 흩뿌리기와 잔류: 전달보다 흩뿌리기로, 도달보다 잔류로 기능하는 비평이 지닌 잉여적 위치를 드러낸다.